백남준(1932－2006)은 플럭서스 행위예술가로 출발한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백남준은 새롭게 떠오르던 TV, 비디오, 라디오와 같은 전자 송신 매체가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을 예술적 소통과 상통하는 특징으로 보았다. 백남준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했던 관객과의 소통은 단순히 작품을 마주하는 사람뿐만이 아니다. 인간과 예술, 예술과 기술, 인간과 인간, 예술, 더 나아가 시공간을 초월한 사람을 모두 포함한다. 여기에는 백남준이 추종한 불교, 샤머니즘, 도교 등 한국과 아시아의 종교문화적 사상도 반영되어 있다. 이는 자신의 종교적 세계관을 표현하기 위함이 아니라 종교적 깨달음을 예술에 적용하여 동서 문화의 교류를 추구한 것이었다. 근대적 희망과 세기말적 불안이 함께 타올랐던 1990년대, 백남준은 “21세기는 자연과 인류가 전자매체를 매개로 공생하는 세기가 될 것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백남준의 예술은 세계화와 과학기술이 여전히 대두되고 있는 동시대에 시각 예술의 정체성을 다각도로 살펴보게끔 한다.

Nam June Paik (1932-2006) is known as a pioneer of video art, starting the Fluxus movement. He saw emerging mediums of communication such as television, video, and radio as channels for artistic communication and the exchange of ideas, beyond their function of sharing information. For Nam June Paik, communication with the audience was not limited to those who encountered his artworks; it encompassed the relationships between people and art, art and technology, people to people, and even transcended temporal and spatial boundaries. His philosophy embraced elements from Korean and Asian religious and cultural beliefs, including Buddhism, shamanism, and Taoism. However, his intention was not just to express his religious viewpoint, but to apply religious insights to art, thereby fostering an interchange between Eastern and Western cultures. During the 1990s, a time marked by both modern aspirations and end-of-century anxieties, Nam June Paik mentioned, "The 21st century will be an era where nature and humanity coexist through electronic media." His art prompts us to examine the identity of visual arts from various perspectives in an era still influenced by globalization and advanced technology.